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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레도(Toledo)의 엘 그레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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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똘레도는 우리나라의 경주와 같은 곳이다. 똘레도는 오랜 동안 스페인의 수도였으며 1560년에 스페인의 국왕 펠리페 2세에 의해 다시 수도로 정해졌으나 곧 한파와 화재로 도시가 크게 훼손되면서 다음해인 1561년에 마드리드로 수도가 바뀌게 되었다. 그러나 똘레도에는 지금까지도 옛 건축물이 많이 남아있으며 똘레도 대성당은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이 도시에서 오랜 기간 작품 활동을 하였던 화가는 엘 그레코(El Greco, 1541~1614)였다. 엘 그레코는 그리스의 크레타 섬 출신이었으므로 그리스인이라는 별명을 얻어 엘 그레코로 불리우게 되었다. 베네치아로 가서 티치아노로부터 강렬한 색채와 명암처리의 화법을 배웠고 이후 스페인으로 넘어와 궁정화가로 근무하기도 하면서 똘레도의 여러 성당들을 위해 성화들을 제작하게 된다.
엘 그레코는 매너리즘의 화가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그의 업적은 인상주의와 현대의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시대를 앞선 것이었다. 미켈란젤로와 같은 균제미를 추구하는 르네상스의 미술과는 다른 강렬함과 변형을 추구하였으며 심지어 추상에 이를 정도의 화면 처리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많은 그림들을 남기고 있지만 여기서는 두 점만을 보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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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그레코, 똘레도의 전경과 지도, 약 1610년, 캔버스에 유화, 엘 그레코 박물관
엘 그레코는 똘레도를 사랑하였고 그 도시 자체를 그리기도 하였다. 아직도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고풍스러운 도시 똘레도가 그에 의해 작품화되고 있다. 엘 그레코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위의 작품은 똘레도를 천국의 도시와 같이 표현하고 있는데 하늘에는 성모와 함께 천사들이 하강하고 있고 중앙에는 이 작품을 의뢰한 주문자의 성 세례요한병원이 구름위에 떠 있는 모습으로 처리되었다. 앞쪽에는 소년이 매우 자세한 도시의 설계도를 들고 있다. 이 도시에 대한 자랑과 애정이 반영되고 있는데, 구름이 넘실대는 변화무쌍한 하늘과 한 눈에 들어오게 그려진 도시는 주님께 바쳐진 신앙의 도시로 변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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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그레코,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 1586~1588년, 켄버스에 유화, 산토 토메 성당
이 도시를 배경으로 그려진 또 다른 작품은 오른쪽의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이다. 산토 토메 성당이 새로이 건축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엘 그레코에게 위촉하여 그려진 것이다. 이 그림의 배경은 약 250년전에 이 똘레도에 살았던 신앙심이 좋은 오르가스 백작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게 하여 후손들이 이 그림을 보고 자극을 받아 기금을 내게 하기 위한 것이다. 오르가스 백작은 임종시 후손들과 지역의 유지들에게 이 성당을 계속 후원하라고 유언을 남기고 돌아갔기 때문이다.
엘 그레코는 화면 하단에 백작을 매장하는 모습을, 그리고 상단에는 오르가스 백작의 영혼을 받아들이고 있는 천상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하단에는 화려한 사제복을 정교하게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는데 묘사력이 뛰어나며 그의 매장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 또한 탁월하다. 천상에는 백작의 영혼을 받기위해 예수님이 기다리고 있는데 구름과 같은 반추상화된 표현과 짜임새 있는 구성은 당시의 수준을 뛰어넘어 근대적인 감각을 이미 보이고 있다.
똘레도에는 아직도 엘 그레코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똘레도 대성당안과 프라도 미술관에는 그의 그림들이 많이 걸려 있으며 그가 생활하였던 곳도 박물관으로 보존되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에서 끝없이 주님을 바라보며 성화를 그렸던 그는 분명 행복하였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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